2014년 제주도 9급 지방직에 합격하여
일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새내기 공무원입니다.

사실 제가 높은 점수로 합격을 한 건 아닙니다.
원래 공부를 잘하는 소위 실력자도 전혀 아니구요.
그렇기에 저처럼 평범하고 평소에 주목받지 못한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 저희 부모님에게도
주변 친구들에게도 좀 놀랍고 자랑거리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다니면서
평생 직업도 제주도에서 갖고 싶어서 처음엔 취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간 첫 직장이 경험이 없다보니
너무 낮은 페이였다는 것을 주변인들을 통해 들었고
시간이 지나도 월급을 많이 올려주지 않아서
좀 화도 났지만 점점 능력이 없는 제 자신을 탓하게 되며
자괴감도 많이 들고 이직을 해야 되나 고민도 정말 많이했습니다.
실은 회사안에서 인간관계가 좀 힘들기도 하였는데
내가 왜 이런 회사에서 인간적인 처우도 못 받고 계속
이렇게 일만 하며 보람도 못 느끼는 직장을 다녀야 되나 생각하며
나중에는 정말 우울증까지 올 정도로 사람을 만나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알아보려고 취업포털 사이트를 밤새 뒤지고 그러던 중에
어떤 블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저와 같은 제주에 사는
이름 모를 분의 공무원 합격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정말 정성들여 쓴 합격수기는 거의 인생역전이라고 할만큼
저에게는 너무 충격이었고 사실 학교 다닐때 공부 많이 안하고 놀았던 사람이
공무원 시험을 두 번 보고 합격했다고 하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또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날 "인생역전"이라고 올라온 그 합격수기를 한 열번은 읽으며
더 늦기 전에 나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밤새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보니까
공무원 시험이 되게 어려운 시험은 아니고 공부해야 되는 양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빠랑 엄마랑 상의를 하여 결심한지 하루만에
바로 공무원 사이트를 결정하고 시작을 한 것입니다.
저는 직장은 그만두었지만 사실 엄마가 좀 아파서 집에서 지내셨기에
완전히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형편이라 알바를 하였습니다.

모든 분들이 다 아시는 집 앞 파리*게뜨 빵집에서 하루 5시간 일하고
공부는 하루에 많으면 10시간 적으면 6~7시간 정도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에듀피디는 무엇보다 기본서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한 권이 아니라 여러권 나누어져서 공부할 때 파트별로 보기 편했습니다.
또 영어도 간단한 단어조차 헷갈렸던 저에게 기초영어문법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는데
클리닉 교재가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3번 돌려서 보고 모르는 부분은 한번씩 더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엔 자신감이 없었지만 영어기초문법을 보고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정복했다고 생각하니 독해도 자신감이 붙어서 점점 공부하는게 재미있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국어는 원래 좋아해서 나중에 했는데 한국사는 양이 좀 방대해서
일주일에 5번 매일 보며 시대의 선사시대부터 현대사회까지 흐름을 파악하려고
책상에 표도 붙여놓고 정말 밥 먹으면서도 공부한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암기가 잘 안되거나 이해가 어려운 단원이 있을 때는,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안되나
이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인생역전 했다는 저보다 어린 동생의 합격수기를 읽으며
나도 될 수 있겠지 나는 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자꾸 스스로 용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좀 하기 싫을때가 있거나 몸이 피곤할 때는
집 앞이 바로 해변이라 나갔습니다. 오늘 공부하면서 가장 안 외워지는 책을 들고 가서
보는 사람이 없으니 큰 소리로 말해보기도 하고 힘들땐 미친 사람처럼 소리도 질렀습니다.
솔직히 공부한 만큼 성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데,
페이스를 잃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제가 좋아하는 씨스타 노래를 들으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했습니다. (신나는 노래를 들어보세요!)

아무튼 공부 잘 안하고 못하던 저였던 지라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아픈 엄마를 보면서 또 혼자 일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저도 빨리 무언가
안정된 직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정말 코피 터질 정도로 열심히 한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땐 제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그렇게 3월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14년도 지방직 시험에 합격을 하여
정말 저도 로또 맞은 것처럼 믿기지 않고 그저 꿈만 같았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제일 먼저 합격 전화드렸을 때 처음에는 바로 믿지 못하여,
지금 생각하면 정말 굴욕이기도 한데, 인사과에 다시 전화해보라고 했습니다.
정말이니? 정말 합격한 것 맞니? 이렇게 한 다섯번 넘게 물어보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엄마가 마음이 좀 약하신데 그 날 엄청 많이 우셨어요.
정작 저는 첫 출근하던 날 울컥했는데, 엄마는 그때도 또 약간 눈물을 보일만큼
몸이 아파 지원해준 것도 없는데, 스스로 합격한게 대견하다며 고마워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합격한 게 부모님의 믿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처음에 준비하고 싶다고 했을때 니가 무슨 공무원을 하냐고 나무라거나
남들과 비교하거나 못하게 했다면 평생 원망하고 또 더 큰 자괴감이 들 뻔 했는데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딸이지만 그래도 믿어보고 한 번 해보라고 하셔서
공부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았지만 늘 제 등에 따듯한 등대가 비추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건강하시고 아빠도 탄탄한 직장을 다니고 계셨다면
아마 오늘의 저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저처럼 집안환경이 좀 안 좋고 잘하는 게 많이 없는 사람이라도
공무원이 될 수 있구나, 이렇게 귀감이 되고 싶어 오늘 구구절절 수기를 쓰고 갑니다.

끝으로 저는 정원상 교수님께서 강의 도중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구요, 나머지 교수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게 늘 좋은 말씀으로 저를 다잡아 주신 담당 과장님께도 감사합니다.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유능하지도 않지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니 더욱 정진하는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드리고, 제주도에서 공부하시는 분들도 더욱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