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67% 격일근무..평균수명도 짧아

제45주년 `소방의 날'인 9일을 맞아 3만여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들의 근로조건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주40시간(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는데도 대다수의 소방공무원들은 `24시간 격일제 근무'라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체 소방 관련 인력은 3만199명이며, 이 가운데 67%에 달하는 2만335명이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반면 1일 3교대로 근무하는 인력은 1천577명으로 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9일 "각급 경찰은 최근 지구대별로 근무자들이 3교대에서 4교대로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이에 비하면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전체 공무원 가운데 주 84시간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곳은 소방공무원이 유일하다"면서 소방인력 관련 법제를 개정해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청 인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4년 6월 개청 이후 소방방재청 인력은 본청 정원의 23%만이 소방직이 차지하고 있을 뿐 일반행정직이 청장과 조직, 예산 등 핵심부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소방 관련 정책의 수립.운영 과정에서 소방직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앙정부 기구인 소방방재청은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의 최고책임자인 지역소방본부장에 대한 인사권만 갖고 있을 뿐 나머지 인원에 대한 인사권 등 실질적인 행정.재정적 권한은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하고 있어 중앙과 지방 정부간 손발이 맞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한 까닭에 `공무원 직종별 사망자 평균연령'도 소방공무원들이 가장 낮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교육직 공무원이 70.0세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일반직 65.6세, 경찰직 65.0세, 기능직 64.4세 등이었다. 반면 소방직은 62.8세로 전체 공무원 중 평균수명이 가장 짧았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소방공무원을 사랑하는 모임' 등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 소방공무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주 40시간 근로시간 보장 ▲ 소방공무원 인력증원을 통한 1일 3교대 근무 전면실시 ▲ 국제노동기구에서 권고한 소방공무원 단결권(직장협의회 구성)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가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소방공무원 증원명목으로 지급한 지방교부세의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국정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도가 소방공무원 증원 명목으로 지급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만큼 에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방공무원을 사랑하는 모임도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 소방방재청에서 소방 부문을 분리해 `국가소방청'으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