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찰 수험가는 유례없는 채용규모 감소로 인해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한해를 보냈다. 본지에서는 다사다난했던 06년 경찰수험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자 ‘경찰수험가 7대뉴스’를 선정해보았다.

1. 채용인원은 감소, 경쟁률은 급등

 2006년도는 경찰수험생들에게 . 지난해 총 3회 시험으로 3,136명(101단, 경행과특채, 정보통신 제외)을 채용했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2번 시행에 선발인원은 1,349명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787명 줄어든 것이다. 최근 5년간 경찰채용이 이렇게 소규모였던 적은 없었으며, 채용인원이 이렇게 한 번에 줄어든 것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일부 수험가에서는 경찰시험의 인기가 이제 식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막상 올해 시험의 출원결과를 보면 이는 괜한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원서접수결과 1차 시험은 30,258명 출원, 2차 시험은 34,175명 출원.

 선발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출원자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결국 06년도는 줄어든 선발인원과 경찰시험의 경쟁률 폭등 현상으로 수험생들에게는 잊고 싶은 한해로 기억될 만했다.

2. 자치경찰제 답보 상황속에 제주자치경찰은 시행

 채용인원 감소 속에 수험생들이 기댈 것은 자치경찰제 하나였다. 하지만 이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자치경찰제는 올해 하반기 시범실시 후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예정이었지만, 국회에서 아직까지도 자치경찰제를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에 자치경찰제의 내년도 전면시행은 둘째 치고 시범실시 역시 기약 없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자치경찰제가 답보상태를 보였지만, 특별자치도로 거듭난 제주도에서는 상반기 45명을 따로 채용하면서, 지역경찰수험생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지난 8월 27일 필기를 치르고 10월 10일 시험일정을 마쳤으며, 조만간 2차 시험의 공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자치경찰제로 인해 올 한해 제주 수험생들과 타 지역수험생들의 희비는 크게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3. 경찰청, 여경늘리라는 인권위 권고 거부

 지난해 1월 경찰청에 인권위의 권고가 날아들었다. 바로 여경의 채용을 늘리고, 남녀구분모집을 폐지하라는 권고였다. 그동안 여경의 채용인원은 남경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경찰은 순경 채용인원의 20~30%, 간부후보생과 경찰대에서는 모집인원의 10%를 각각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사항에 대해서는 인권위의 권고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권고 자체가 경찰수험생들, 특히 여경 수험생들에게도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며, 경찰청도 인권위의 권고를 거리낌 없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6월 “경찰의 업무 중 80% 정도가 범죄자와 신체적으로 맞닥뜨려야하고, 물리적 공권력을 행사해야하는 특성을 갖춘 만큼, 여성비중이 높아지면 치안력이 약화될 수 있다.”라며 “아울러 출산ㆍ육아 등 여성의 특수성으로 여경이 일선근무처에서 내근부서를 선호하는 게 현실인 만큼 여성의 채용이 늘면 그만큼 효율적 인력운영도 곤란하게 된다.”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는 여경의 현실을 한 번 더 상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남녀구분모집 폐지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여경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일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경찰청도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2014년까지 전국 경찰서 중 절반 정도만 설치된 여성청소년계를 전 경찰서로 확대하고, 여경비율을 10% 수준으로 높여 여성 대상 범죄 전담인력을 늘린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참고로 현재 여경은 총 4,600여명으로 전체 경찰관의 4.8%정도이며, 이 가운데 형사 및 수사업무에 배치된 여경은 전체 여경의 약 17%인 777명으로 전해졌다.

4. 경찰수험생들 “교정직과 철도공안직도 노렸다”

 경찰채용이 줄어든 상황 속에, 경찰수험생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소식이 있었다. 바로 교정직 특채와 철도공안직 특채다.

 비록 경찰시험과목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교정직의 경우 경찰과목인 형사소송법개론과 교정학개론으로, 철도공안직 역시 경찰과목의 형사소송법개론과 형법총론이 포함되어 있으면서, 경찰수험생들의 관심이 이들 시험으로 모였다.

 그 결과 교정직 특채 시험은 24,950명(27.1대1)이라는 예상못한 출원결과를 보였으며, 소규모 채용규모였던 철도공안직 역시 7급 93.4대1(934명 지원), 9급 40대1(2,797명 지원)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교정직 특채 시험에는 교정직 수험생들보다 오히려 경찰 수험생들의 응시가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역시 교정학개론이 매우 평이하게 나오면서, 경찰수험생들에게도 그리 불리했던 시험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합격자들 중에서 경찰시험 출신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해야 할까. 올해 교정직 특채와 철도공안직 시험의 인기는 채용규모 감소 속에 합격을 위한 경찰수험생들의 외도가 가장 큰 이유였다.

5. 나안시력이 교정시력으로

 인권위의 힘이 다시 한 번 느껴졌던 사건이 있었다. 인권위가 경찰청을 비롯해, 소방방재청, 법무부 등에 ‘신체조건 개선’을 권고한 것이다. 이에 올 초 소방방재청과 법무부 등은 신체조건을 폐지 또는 개선하기로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경찰청의 검토 역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청은 지난 9월 “키와 몸무게는 현행 유지하고, 기타 시력과 색신, 용모조항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즉 키와 몸무게는 현행 167cmㆍ57kg, 여경 157cmㆍ47kg로 유지되지만, 신체조건 중 색신(색신이상이 아니어야 한다. 다만 약도색신이상은 예외로 한다)조항 및 운동신경, 용모, 나안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하여 시력이 각각 0.8 이상)등이 일부 개정됐다.

 내년 시험부터 이 개정안이 적용되는데, 특히 시력부분에서 시험을 포기했던 수험생들이 그동안 많았다는 점에서, 경찰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6. 경찰시험에 불어닥친 한국사 열풍

 지난 국감조사 중에 가장 큰 화제거리는 한국사였다. 최근 일본의 독도망언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계기로 한국사의 공무원시험 의무화가 제기됐다. 모든 공무원시험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 바람은 경찰시험도 피해가지 못했다. 여기에 강창일의원은 “경찰시험에 한국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주장하면서, 수험생들에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강 의원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추고,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을 경찰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순경 공채시험 및 순경 또는 경사 이하 특별채용시험에 한국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순경 공채시험에서는 해양경찰, 항공경찰, 정보통신 경찰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이지만 일반경찰은 한국사 과목이 누락돼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현재 장기적으로 한국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당장은 경찰시험 면접에 한국사 소양을 묻는 문제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한국사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에게는 필요없는 과목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사 논란은 경찰청이 확실히 입장을 밝힌 뒤에야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 해경의 채용인원은 늘었다

 순경채용인원의 대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선발규모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해경은 올해 1회 316명, 2회 169명을 사전공지한 후에, 하반기에 105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총 590명을 모집했다. 이는 지난해 채용인원 420명(1회 200명, 2회 60명, 3회 160명) 보다 170명이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선발인원 속에 해경의 인기도 동시에 높아졌다. 590명 채용인원 속에 총 출원인원은 13,394명(1회 5,915명, 2회, 3,269명, 3회 4210명). 지난해 해당시험(9,129명)보다 약 4천명이 늘어난 출원규모를 보였다.

 특히 여경의 경우는 1회 공채시험에서 116.7대1을 기록한데 이어, 하반기 시험에서도 항해 202대1, 기관 140대100대1 등을 기록해 여전히 해경 시험 중 최고 인기분야임을 증명했다.

 한편 08년부터 일반분야와 해양분야로 분리 실시해 오던 해양경찰 공채 시험과목이 하나로 통합되고, 행정학개론이 수사Ⅰ으로 변경된다. 아울러 여경과목도 공채과목으로 치러진다. 이에 해양, 일반, 여경의 시험과목은 모두 국사, 영어, 형법, 형사소송법, 수사Ⅰ으로 통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