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공무원시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각양각색이다. 집에서 용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있고, 직접 돈을 벌면서 자신의 수험비용을 충당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여기에 식구들까지 챙기면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살고 있는 박 모씨(남.26)는 집에 어머니와 남동생 한 명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의 부도로 부유했던 가정은 한 번에 산산조각이 났고, 현재는 20만 원짜리 방 두 칸 월세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간 지 오래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고등학교까지 다닌 박씨는 동갑내기들보다 1년 늦게 서울의 h대 행정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1년간 모은 돈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대고, 남은 돈과 친구들에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3학년 2학기까지 6번의 학기에서 총 5회에 걸쳐 등록금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나갔다. 매학기 등록금 문제는 큰 무리 없이 해결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대학생활 내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박씨는 “하루 4시간씩 자고, 학교와 편의점만 오가고 할 정도로 독하게 대학생활을 보냈다.”라며 “이 때부터 갖기 시작한 마음가짐이 지금까지 수험생활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씨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관심을 가진 것이 공무원시험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고시반에 친구의 소개로 같이 들어갔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무원이라는 길을 생각하게 됐다.

박씨는 “고시반은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과 고시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도서관처럼 자리를 지원해주는 곳이고,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라며 “그리고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외부와 단절한 채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집의 생활비는 물론, 책값, 밥값, 용돈을 걱정해야 했고, 심지어 시험 응시료를 걱정해야 했다. 이에 현재 대학을 다니면서 1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도 꾸준히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계속하고 있다.

 그는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 문제가 아닌 외로움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형편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이뤄가는 만큼, 모르는 것을 바로바로 알아가기가 가장 힘들었고,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 혼자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박씨는 현재까지 지난해 서울시, 선관위, 올해 국가직 시험 등 3군데의 시험을 치렀다. 합격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점수대로 매번 떨어졌다. 하지만 박씨는 공무원의 꿈을 이루기 전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부를 하면서 나의 지식이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 힘들 때도 많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나는 내 미래를 보았고 희망도 가지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고 얼마나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한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나는 남들보다 크게 불우한 환경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힘든 점은 남들보다 조금 더 쉴 수 없다는 것 뿐”이라며 “우리나라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들도 모두 나의 힘듦과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용기를 내자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