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공무원 준비생까지 몰려
ㆍ일반직과 시험과목 비슷… ‘양다리족’ 크게 늘어날 듯

서울 노량진 고시촌이 ‘경찰발 바람’에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찰 2만명 증원’ 공약으로 경찰 채용의 문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경찰 준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7·9급 일반 공무원 준비생까지 경찰고시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말 공고한 올해 순경 공채 계획을 보면 올해 일반 순경직은 총 1651명을 선발하게 된다. 전반기와 하반기 등 1·2차로 나눠 뽑는 올해 순경 공채에서는 남자 1129명, 여자 282명이 각각 채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청와대 경호단인 101단 소속 순경 240명을 별도로 뽑는다.

경찰은 지난해 두 차례 순경 공채에서 593명(남여 모두)과 101단 240명 등 833명을 채용했다. 이후 아동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700여명을 추가로 선발해 총 선발 인원은 1612명이었다.

전체 선발 인원으로는 지난해와 올해 계획이 비슷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전에 “경찰 인력을 2만명 증원하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이다. 김기용 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들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순경 채용을 1년에 4000명씩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추가 공채 계획이 적게는 1000명 선에서 많게는 2000명 선까지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3년째 공부하며 경찰 공채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최진희씨(27)는 “박 당선인의 공약도 있어 올해는 ‘바늘구멍’이던 경찰 입문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순경 공채시험 경쟁률은 평균 78.6 대 1에 달했다. 경찰 준비생들은 올해는 경쟁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이 기회다”라고 말하고 있다.

노량진의 경찰고시 학원 관계자는 “수강생이 지난달보다 20% 정도 늘었다”며 “ ‘진짜 선발 인원이 늘어나느냐’는 확인 차원의 전화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경 공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7·9급 일반 공무원 준비생들이나 검찰공무원 준비생들까지 경찰 쪽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2년째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형모씨(29)는 “되는 대로 공무원과 경찰 시험을 모두 쳐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상당수 공무원 준비생들이 경찰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양다리족’이 될 것으로 노량진 학원가 관계자는 전망했다. 특히 경찰이 내년부터 고교 졸업생에게도 채용의 문을 넓히겠다며 필기시험 과목을 일반 공무원 시험과 비슷하게 바꾸는 것도 ‘양다리족’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경찰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유례없는 경찰 공채시험 인기 조짐을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경찰 준비생 이모씨(28)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국민의 안전과 치안을 담당하는 사명감 있는 직업이 경찰이다. 경찰 준비생들은 오로지 경찰만 준비한다”며 “다른 공무원 준비생들이 경찰을 단순히 채용을 위한 목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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