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은 不惑에서 시작한다

2009년 법원직 9급 시험의 합격자가 지난 7일 발표됐다. 133명의 합격자 중 눈길을 끄는 수험생이 있다. 바로 만 40세 나이로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령의 수험생 김인혜씨다. 본지는 공무원 시험의 응시상한연령이 폐지된 첫 해에 젊은 수험생들을 제치고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 김인혜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수험생활을 살펴보았다.

Q> 먼저 법원직 9급 시험에 최종합격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평균 2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실감이 안 난다’라는 표현 밖에 생각나질 않네요. 제 수험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고생을 덜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제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만 드는 것 같습니다.

Q> 가족이나 친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먼저 어버이날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사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수험생활을 시작할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부모님 덕분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봐라”라고 말씀하시며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Q> 수험생활이 7개월 정도에 불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수험생활을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으셨을 텐데요.

A> 사실 이번 시험의 경쟁률이 24대 1이라는 것도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수험생활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서, 나이 어린 수험생들을 의식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체력이 약해서 ‘내 체력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 응시상한 연령이 폐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9월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공무원 수험생활을 결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특히, 법학을 전공하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많은 직렬 중 법원직(등기사무직)공무원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저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원으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원직 공무원들을 자주 접하게 되고,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동경하게 됐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제 자신이 법을 좋아하고, 젊지 않은 나이에 전문적으로 법을 다루는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원직 공무원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첫 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3년만 공부하면 되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겨서 계속 공부를 했습니다.

Q> 모든 수험생들이 그렇지만, 누구나 어려워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등기사무직은 국어, 영어, 한국사, 민법, 민사소송법, 헌법, 상법, 부동산등기법 등 과목도 많은데, 특히 어려웠던 과목은 무엇이며 어떻게 공부하셨는지요?

A>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등기법은 이미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은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한 달 뒤에 치른 모의고사에서 76점 맞으면서 ‘쉬운 과목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3월 필기시험을 포함해서 그동안 치른 모든 시험에서 그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 헌법을 공부하면서 모든 부분을 차근차근 공부했습니다. 특히 실제 시험장에서 긴 지문에 대처하기 위해 평소에도 판례를 꼼꼼히 읽어가며 완벽하게 숙지했습니다.

Q> 전반적인 수험생활과 과목별 공부 노하우를 설명해 주신다면?

A> ‘엉덩이에 땀띠가 나게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정말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한겨울에도 엉덩이에 땀띠가 나더군요. 아마도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학원 수업도 쫓아가기 바빠 예습은 별로 못했지만, 복습은 철저하게 했습니다.

매일 오전 6시에 기상을 해서 7~9시까지는 학원에서 자습을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원수업을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막차시간인 11시 30분까지는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과목별로 보면 헌법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물론이고,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저한테도 영어가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학창시절에 영어를 부전공으로 공부하기도 했지만 전공으로 배웠던 영어와 필기시험에 대비한 영어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처음에 어휘공부를 할 때에는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만 찾는 것이 아니고 그 단어와 관련된 유사어, 관련숙어를 찾아서 세밀하게 공부했습니다.

한국사의 경우는 무조건 암기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여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바라본 격이라고나 할까요. 국어는 암기사항이나 고전문학을 잠자리에서 읽는 것으로 보충했습니다.

Q> 혹시 이번 시험에 실패하셨다고 하더라도 다시 도전하셨을 건가요?

A> 저는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마도 합격할 때가지 준비했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그 끝을 3년으로 정했습니다. 대학원 같은 교육 과정을 한 번 더 거쳐보자는 생각이었으니까요.

Q> 법원직 공무원으로써 포부를 밝히신다면?

A> 거창하게 생각한 건 없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으로서 조직에 폐 끼치지 않고 열심히 적응하여 제가 종사하는 직종의 전문가로써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습니다. 시쳇말로 ‘나이만 많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33세 이상 수험생들과 젊은(?)수험생들에게 당부말씀이 있다면?

A> 직장인 수험생의 경우에는 직장생활과 수험생활을 병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를 잘 활용하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부족한 부분을 동영상 강의를 통해 채웠으니까요. 특히 공부는 더디더라도 꼼꼼하게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험생들에게는 필기시험을 앞둔 마지막 20일 동안의 자기정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도 평소에 저보다 공부를 잘했던 수험생이 마지막 정리를 잘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저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학원 주위를 벗어나지 않고 자습실이나 독서실에서 정리시간을 가졌습니다.

◎ 합격신화를 이어간 진용은 교수사단 ‘웅진패스원 법원ㆍ검찰팀’

Q> 올해 시험에서도 최종합격자의 90%가량이 진용은 교수님의 웅진패스원 법원ㆍ검찰팀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합격의 노하우가 있다면?

A> 우리는 지난 14년 동안 법원 검찰 시험의 눈높이에 맞추어 필기시험부터 면접시험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하여 지도하는 전통을 확립해 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합격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우리를 신뢰한 전국의 우수한 수험생들이 더욱 많이 우리를 찾았고, 이런 자산을 토대로 합격자 수가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와 함께 하는 수험생들이 고3 수험생이며, 나는 고3 담임선생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학생들의 집중력 있는 수험생활을 독려합니다. 비슷한 능력을 지닌 수험생이라면 수험생활을 효율적으로 하고, 좀 더 집중력 있게 함으로써 합격이란 목표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Q> 법원직 시험은 일반적인 공무원시험보다 과목 수가 많습니다. 어떻게 수험생활을 해야 할까요?

A> 법원직과 등기직 시험은 과목이 8개이고 그 중 5과목이 법률과목이어서 처음 시작하는 수험생들은 짐짓 부담스러워 하고 심지어는 겁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응시하고자 하는 법원직 시험의 법 과목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6개월 정도 우리의 강의를 듣고 공부하면 비법대생이라도 혼자서 공부하기에 어렵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어와 국어를 비롯한 교양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올리는 것입니다. 나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준비를 각별하게 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매일 두 시간 이상 꾸준하게 하여 점수가 80점정도 나오고, 가산점을 보통 수준으로 갖춘 수험생이라면 1~2년 내에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니 행정직 등 다른 직렬의 시험과 비슷한 수험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주의할 점은, 시험의 수준에 맞춘 눈높이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법시험이나 법무사 등의 시험에 물든 이들 중 일부는 이 시험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요즘 공무원시험은 면접이 강화되면서 ‘필기합격이 끝이 아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어떻게 수험생들을 지도하고 계신가요?

A> 우리는 지난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된 면접시험에 대비하여 그야말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면접에 대한 의식을 깨우치도록 수시로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 어울리는 기본자세를 갖추도록 수험생활 내내 강조하는 것이지요. 성실한 생활 자세, 수험생 간에도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태도를 갖도록 지도하는 노력을 학과목 지도에 못지않게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즉각 합격자 모임을 개최하여 시험일 전날까지 면접특강에 들어갑니다. 이 기간에는 학생들을 매일 소집하여 하루 8시간 가까이 집중 훈련을 시킵니다. 이때 우리가 지난 10년 간 수집한 모든 자료와 새롭게 예상되는 주제들을 꼼꼼하게 챙겨서 집단토론과 개별면접에 대비하도록 지도합니다. 대화 방법과 어휘 사용, 옷차림부터 인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수험생의 인상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에 대해 철저히 훈련시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우리 수험생들은 면접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진면목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법원직 시험에서도 성실하게 훈련한 우리 학생들의 면접 탈락률은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보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