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에 다니는 박모씨(남, 31). 박씨는 요즘 노량진의 공무원학원에서 밤 11시까지 강의를 듣는다. 6시까지 근무를 하고 7시부터 하루에 4시간씩 짬을 내 공부하고 있다. 박씨가 밤늦게까지 공부에 열중하는 이유는 조만간 공고될 예정인 서울교육청 시험 때문이다.

박씨는 “요즘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좋아지면서 일반직 시험은 지금상황에서 꿈도 꾸지 않는다.”라며 “지금 목표는 올해 서울교육청 조무직에 합격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2년 철도청에 기능 10급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2년 동안 근무하다가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서 계속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교육청 시험에 응시했다가 3점차이로 낙방한 바 있다.

박씨는 “어릴 적부터 꿈이 공무원이었다. 어렵게 철도청에 입사하면서 꿈을 이뤘지만, 철도청이 공사화 되면서 다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당장의 대우면에서는 철도공사가 오히려 나은 점도 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동료 직원들 중 상당수가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같은 또래의 직원 7~8명 중에 한명 꼴로 공무원시험을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이들 중 상당수가 교육청 시험에 도전했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공무원시험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정년, 공무원연금 등 공무원만이 가질 수 있는 안정성에 있다.

 공무원의 정년은 일반직 5급 이상 60세, 6급 이하 59세 정해져있고, 기능직은 직렬에 따라 57~60세로 정해져 있다. 철도공사도 현재 60세까지로 정년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공사 특성상 5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 및 권고퇴직을 받기 쉽다.

 또한 기능직을 포함한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 혜택을 받는 것에 비해, 공사직원들은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것도 공무원 선호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철도청 소속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이유로 공사화를 반대했었다.

 아울러 공사화로 된 이후 토익 등에서 우수한 인력이 많이 유치되면서 철도청 공무원소속이었던 직원들의 위기의식이 커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박씨는 “내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요즘 입사하는 직원들은 영어도 잘하고, 뭐 하나 기존에 있던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이 없다.”라고 심경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내 자리는 내가 찾고 싶다.”라며 “오랜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인 만큼 만약 올해 시험에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계속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모든 철도공사 직원의 마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씨의 말을 들어볼 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공무원의 인기가 현재 어느 상황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