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각종 유공자들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면서 정작 유공자 본인보다 그 가족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감안해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렸다.”라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재판소가 판결문을 통해 밝힌 헌법불일치 판결의 이유는 크게 2001년과 비교했을 때의 현실적인 상황변화와 평등권의 침해라는 두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실적 상황변화의 경우 2001년 이후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5.18민주유공자예우로 2004년 개정)’이, ‘특수임무수행자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4년에 각각 신설됨에 따라 이에 따른 유공자가산점을 받는 수혜자들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2004년 처음 실시된 교원임용고사를 비롯한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의 국가유공자 가산점 수혜자들의 합격률도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유공자 본인이 아닌 가족의 합격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 헌법불일치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유공자 및 가족의 수가 과거에 비해 급증한 점과 공무원 시험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 취업보호대상자 중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국가유공자의 대상은 가족을 제외한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전몰군경의 유가족’등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매해 많은 일반인 응시자들이 가산점 수혜자들 때문에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합격점수를 받고도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탈락하는 것은 정당화 되기 어렵다.”라며 가산점 혜택이 일반 공직시험 응시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국가유공자 가산점의 경우 평등권 침해와 더불어 일반공직시험 응시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음을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가산점 제도를 2007년 6월 말까지 인정하기로 했으며 이 때까지 대체입법이 구성되지 않으면 가산점 조항의 효력자체가 소멸된다고 언급했다.

보훈처 “헌법일치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국가유공자 가산점 축소안에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부처는 그동안 국가유공자들의 처우를 담당했던 보훈처이다.

보훈처에 의하면 국가유공자가산점을 둘러싸고 2001년에 벌어진 헌법소송에서 승소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소송 역시 헌법일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말을 아끼면서도 “헌법불일치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헌법불일치 판결에 대해 “2001년에 비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과 가산점 수혜대상이 되는 취업보호자의 증가가 이번 헌법불일치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최종적으로 헌법불일치 판결이 나온 이상 향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유공자 및 그 가족들과 일반인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제도개선을 이끌어 내겠다.”라고 언급했다.

 보훈처는 2007년 6월 말의 대체 입법에 앞서 올해 중으로 국가유공자예우법 등 관련법률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해서 개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들이 가산점 없이도 취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업센터를 구성, 유공자 및 그 가족들의 취업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보훈처의 관계자는 “현재 10%인 가산점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라고 밝힌 뒤 “조속한 시일 안에 법개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험생들 “새로운 희망” VS “시위도 불사한다”

국가유공자가산점 헌법 불합치 확정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현재 수험생활에 매진하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수험카페에는 헌법불합치판결이 났다는 소식이 23일 뉴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이와 관련된 글이 줄을 잇고 있으며 댓글 역시 세 자리수를 넘어가는 등 유공자 가산점을 둘러싼 수험가의 논란을 다시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그 동안 국가유공자 가산점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 수험카페의 닉네임 ‘주경야독’은 “폐지가 될지, 축소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현재의 제도에 개선이 불가피해졌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라며 “모든 수험생들이 다 같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되기를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수험생인 닉네임 ‘이번에는 합격’은 “지금 열심히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해당이 안되겠지만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유공자가산점에 대한 개정은 꼭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국가유공자 및 유공자가족에 해당하는 수험생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공자 및 그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시위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국가유공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의 닉네임 ‘좋은 바부’는 “2007년 7월 전으로 유예기간을 둔다고는 하지만 대책으로서의 기능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동안 수험생들 사이에서 죄인처럼 지내왔던 결과가 이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7급 수험생이라고 밝힌 닉네임 ‘SWAT''''은 “일반 수험생들이 한 것처럼 우리도 헌법소원이나 행정심판, 인권위 제소 등의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시기이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이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항에 대한 항의시위 및 집회에 관해 구체적인 논의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헌법불일치 판결을 둘러싼 여파는 당분간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학원가 “당장의 큰 동요는 없을 듯”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수험생들을 상대하고 있는 학원가에서는 “언제 일어나도 일어날 일이었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학원가나 수험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수험전문가는 이번 불합치판결에 대해 “시험의 당락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수를 두고 혜택을 줬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헌법불합치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수험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 수험전문가는 이번 헌법불합치판결로 인해 가산점 혜택을 받았던 수험생들의 일부는 이탈할 수 있겠지만 그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일반 수험생들이 다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대체입법의 시기가 내년 6월말까지라는 점을 들어 수험가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수험전문가는 “유공자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올해가 마지막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일반인 수험생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공자 가산점 “앞으로의 향방은”

헌법재판소에서 국가유공자 가산점에 대한 불합치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수험가는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산점제도가 바뀔 것인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채한태 헌법학박사는 “보훈처가 언제 법률을 개정할 지는 알 수 없다.”라고 전제한 뒤 “만약 올해 9월에 있을 정기국회에서 국가유공자등예우에관한법률을 개정한 후 부칙에 ‘즉시효력발생’이라는 단서를 붙이면 당장 그 후에 공고되는 시험부터 가산점이 폐지되지만 그 보다는 경과규정을 거친 후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확률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채한태 박사는 가산점의 변형 형태에 대해서는 “첫째. 유공자 본인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둘째. 가산점을 줄이는 것, 셋째. 유공자의 등급을 나눠서 가산점을 차등 지급하는 것, 넷째. 선발인원에 유공자 선발인원을 별도로 할당해 유공자들끼리만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 다섯째. 국가유공자자녀가 공무원 또는 교원임용고사를 준비할 경우 가산점을 축소하고 대신 학원비를 국고에서 보조하는 방법 등 다섯가지 정도가 가능하다.”라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 방법이 복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수험가 논란의 중심에 항상 자리매김했던 유공자가산점이 결국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발생될 수험가의 지각변동에 모든 수험생들 및 수험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