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기획] “시험 시작하면 응시율 집계 바로 시작하세요.”, “일반 손목시계는 사용해도 되는데, 계산기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가 있어요. 그건 쓰면 안돼요.”

지방직 9급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달 24일 경기도 부천 중흥중학교.

3층 대강의실에 마련된 시험시행본부 안에는 시험 감독관들이 분주하게 모여있다. 주의사항을 전달받은 감독관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시험실로 이동했다.

시험본부에는 각 교실마다 2명씩 배치되는 감독관 외에도 경기도청과 부천시청에서 파견된 15명 내외의 공무원들이 시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험을 30분여 앞둔 9시30분께 갑자기 한 응시자가 시험본부를 찾았다. 시험장 배치도에 자신의 수험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확인해보니 이 응시자의 시험장은 중흥중학교가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비슷한 이름의 ‘부흥중학교’였다.

시험시간까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 자신이 시험장을 잘못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응시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시험감독관은 “시험 얼마 안남았는데 어쩌죠? 이쪽 동네 사람 아니면 길도 잘 모를텐데”라며 걱정어린 표정으로 함께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자 다른 젊은 감독관이 나섰다.

“정문에서 육교로 길만 건너면 있어요. 어딘지 모르면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이 감독관은 마치 자신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인 듯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응시자와 함께 시험장까지 뛰어가며 길을 안내했다.

“함께 일할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니만큼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이 감독관은 셔츠가 땀에 흠뻑 젖은 채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이윽고 시험시간이 임박하자 시험본부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본격적인 시험 시작에 앞서 시험 문제지 배부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시험장별 감독관들이 시험본부로 돌아오자 문제지를 나눠주고 유의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시험본부 감독관들은 세세한 부분도 빠뜨리지 않았다.

“1~2분 차이지만 최대한 동시에 교실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교실이 가장 먼 순서로 출발할께요.”

시험지를 각 교실의 담당 감독관에게 배부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시험지가 교실에 들어간 이후에는 수험생이 더 이상 입장할 수 없기 때문에 수험생간 형평성을 위해 시험지를 배부받은 감독관들은 최대한 비슷한 시간에 교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지가 각 교실로 배부된 후에도 감독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학교 측의 장비문제로 시험본부에 수험생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는 교내방송이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감독관들은 방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도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선 휴일 추가 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억지로 출근한 공무원이 아닌 마치 자신이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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