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공시족 모의고사로 전락하나
지역 소방관계자 예정인원에 미달 울상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실력테스트 용도로 전락했다.

서울시 당초 남자 소방사 193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170명에 불과했다. 선발기준에 부합하는 응시자가 선발인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고 보다 적은 인원이 선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23명이나 되는 인원이 줄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시 소방학교 인재채용팀에 따르면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람들 중 25%가 체력테스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 체력시험을 치렀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아 탈락률도 26%에 달했다.

결국 필기시험 합격자를 최종선발 예정자의 2배수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자가 선발예정인원에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대구시에서는 필기시험 합격자 54명 중 33%인 18명이 체력테스트에 응시하지 않았다. 경상북도도 137명의 필기시험 합격자 중 19%에 해당하는 26명이 체력테스트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차 시험 미응시율이 각각 1.43%와 1%였던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다.

선발인원 미달 사태도 마찬가지로 27명을 선발할 예정이던 대구는 24명을, 96명을 선발할 예정이던 경상북도는 73명을 선발하는데 그쳤다.

서울시 소방학교 인재채용팀은 올해 처음으로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면서 일반행정직 등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대거 필기시험에 응시한 것이 체력시험 포기 및 선발인원 미달 사태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올해 소방 공무원 필기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한 수험생은 모의고사 용도로 응시한 상당수의 수험생 때문에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온 많은 수험생들이 불합격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9급 공무원 시험과 동일한 과목의 선택이 가능하고 올해는 예년과 달리 일반행정직 등의 시험이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보다 늦게 실시되면서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정부의 과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내년에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도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된다. 이에 따라 올해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발생한 시험포기 및 선발인원 미달 사태가 경찰공무원 시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공무원 수험생들 스스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선발시험을 모의고사로 이용하는 행위를 자제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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