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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중개업소 추적 서울시 단속반의 하루
건달들 협박ㆍ선거의식 지자체들 협조 거부도
서울시의 `부동산 중개업소 특별단속반`은 매일 숨바꼭질을 벌인다. 개발호재지역 위주로 이곳저곳 다녀보지만 `단속반 뜬다`는 소문이 더 빨라 허탕치기 일쑤다. 중개업소끼리 정보를 주고 받아 아예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
그래도 단속을 늦출 수는 없다. 최근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무등록 영업, 자격증 대여, 과다수수료 부과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특별단속반과 동행하며 그들의 하루를 짚어 본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인 10일 오후. 서울시 토지관리과 최춘근, 박종석 주임은 2인 1조를 이뤄 일명 딱지라 불리는 철거민 입주권의 `다운계약`이 성행했던 상암동 월드컵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본지 2월 4일자 20면 참조〉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7단지 맞은편의 L공인.
현장 조사결과 최근 5700만원에 거래된 7단지의 딱지를 중개해준 거래내역서가 발견됐다. 이어 매매의뢰서,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이용 계약서와 함께 자격증도 없으면서 허위로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명함 등이 나왔다. 폐업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무자격자가 버젓이 새 명함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
`경찰 고발. 벌금 100만원의 형사처벌.` 운 좋게(?)도 단속반은 시작부터 한 건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적발이 가능했던 것은 당사자들이 조사에 순순히 응했기 때문. 대개는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심지어 욕설과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비애를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블록 내려간 B공인에서 여지없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단속반 신분을 밝히자 다짜고짜 "거래도 안 되는데 차라리 죽여라"며 웃통을 벗어 제끼며 대드는 악성업자를 만난 것. 조사거부 때의 처벌조항을 얘기하며 업소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주요 서류를 내놓지 않는 통에 별무소득이다. 이럴 때는 물러나는 것 이외에 도리가 없다. 단속 공무원에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기획부동산들은 완전히 무법천지다.
"건달 여러 명이 둘러싸더니 등 뒤에서 슬쩍 칼을 들이대더군요. `목숨이 두 개인가봐`라는 소릴 들을 땐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단속당한 사람들이 구청, 시청으로 찾아와 악다구니를 해대는 것도 예사다.
얼굴에 침을 뱉고 자해하는 경우까지 있다. 단속 공무원을 왜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자치선거도 단속의 걸림돌이다. 중개업소는 지역 여론이 형성되는 곳이다. 민원을 받은 구청장들과 구의원들은 압력성 항의 전화를 밥 먹듯이 한다.
모 구청장은 시청에 전화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단속이냐. 우리 구는 단속 안할 거니까 시청에서도 오지 마라"며 대놓고 `업무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속 실적이 좋을 리 만무하다.
지난 2월 1일부터 40여일간의 적발건수는 총 13건에 불과하다. 서희석 서울시 토지관리과장은 "시청 공무원들이 아무리 뛰어다녀도 하루에 1?2곳 적발하면 다행"이라며 "구청의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단속기간은 이달 말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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